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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이들에게 역사를 일깨우자”

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동독 체험전시회 열어
생생한 생활 문화·유물 등 통해 청소년 관심 유도


장벽이 무너진 지 20년을 맞는 베를린에는 이를 기념해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그중 동독 어린이의 일상을 체험하고, 그 사회가 어땠는지를 이해하는 어린이 동독 체험 전시회가 눈길을 끈다. ‘동독이 어땠었는지 말해 봐’라는 제목의 이 전시회는 동독의 어린이와 청소년의 시각에서 당시 동독사회의 일상을 보여주는 동시에 오늘날의 시각에서도 해석하고 설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전시회가 열리는 장소도 동독 역사의 한 부분이다. 동베를린에 위치한 동독시절 소년단이 교육받던 시설인 옛 ‘소년단 궁전’으로 쓰이던 건물이다. 동독의 일상과 역사 전반에 대해 만 7세 이상의 어린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멀티미디어 방식으로 전시하고 있다. 우선 이곳을 방문한 어린이들은 당시 소년단의 제복을 입어 볼 수 있다. 이곳을 방문한 몇몇 여학생들은 하얀색 블라우스에 빨강, 파랑 스카프를 매고는 당시 동독 어린이들이 했던 경례를 설명하는 전시회 안내인이 하는 대로 따라해 보면서 신이 났다.
이 전시회를 기획한 베를린 어린이 청소년 가족 센터의 소장 루츠 만코프는 “동독 역사는 아이들에게는 프랑스혁명이나 구석기시대나 마찬가지로 자신과 상관없는 아주 먼 이야기다. 이를 계기로 아이들이 학교에서나 가정에서 이에 대한 토론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시회는 동독 어린이 사이에서 유행했던 만화 ‘모자이크’, 소년단 문화, 아파트 등 비정치적인 일상문화 뿐만 아니라 동독시절 당시 서방국가로의 여행금지, 비밀경찰, 비민주적 사회분위기, 풍족하지 못했던 생활수준과 같은 정치적 주제도 어린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다루고 있다. 가령 아이들이 작은 모형 비행기에 올라탈 수 있는데, 비행기 올라탄 아이들이 “빈으로 갑시다”라고 마이크에 대고 말하면 스피커에서는 옛 동독지역인 작센지방 사투리로 “빈에는 갈 수 없습니다”라는 국경경찰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파리로도 런던으로도 갈 수 없다는 대답이 나온다. 아이들이 “왜 못 갈까?”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그중 한 명이 “그 도시들은 사회주의 국가의 수도가 아니기 때문이겠지. 사람들이 다 그곳으로 도망쳐 버릴 거라고 생각했겠지”라고 말한다. 뒤쪽에 앉은 아이는 “그곳에 갈 수 있었다면 많은 사람이 도망쳐 버렸을 테니까”라고 말한다.

전시회 책임자들은 아이들이 동독뿐만 아니라 아예 역사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전시회 책임자 클레멘스 퀸은 “아이들은 30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른다”며 전시회장 입구에 아이들이 역사가 무엇인지를 이해하게 하기위해 소품들을 전시해 놓았다. 여기에는 유리 진열장에 1909년부터 현재까지의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다. 옛날 다리미, 동독의 트레이드마크 자동차였던 ‘트라비’, 당시 동독 시절부터 지금까지 방영되는 어린이 인형극 ‘잔트 맨헨’에 쓰이는 인형들까지 당시의 물건들이 진열돼 있다.

전시회는 또 실제 인물들의 생생한 당시 기록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동독에 거주하던 여러 인물의 어린 시절 일기장도 전시되어 있다. 모두 8명의 인물들의 어린 시절 일기장을 토대로 일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당시 어린이, 청소년들의 여가시간, 학교생활, 스포츠 활동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일기장을 직접 읽을 수도 있고, 헤드폰을 통해 낭독된 일기내용을 들을 수도 있는데 이 전시회의 중심인물 중 한명은 펑크족이었던 아네테라는 소녀의 이야기다. 1981년 아네테가 썼던 시가 문제가 되면서 동독 비밀경찰 스타지에게 체포된다.

“우리는 부당함 속에서 살아간다 / 거기에 우리는 항상 머물러 있다 / 이 도시에서는 여가시간을 노동으로만 보낼 수 있다”라는 내용으로 시작되는 시 때문에 16세에 7개월 동안 교도소에 구금당했다. 또 당시 14세였던 안이 부모님과 헝가리로 휴가를 보내러 갔다 만난 그리스소년과 사랑에 빠졌던 이야기, 소년 로베르트가 자신 만화책과 서독 모형 자동차를 친구와 꼭 바꾸고 싶어 했던 이야기, 핸드볼 경기로 서독에 갈 수 있었던 카트린 이야기까지 당시 청소년의 생생한 기록들로 일상문화를 접할 수 있다.

이 전시회의 동독에 관한 소개문에는 “당시 동독의 어린이, 청소년은 엄격한 고아원에서 생활하는 것과 비슷하게 살았다. 선생님에게 반항하는 발언을 하거나, 규칙에 어긋나면 무서운 벌을 받았다”고 적혀있다. 정부로 20만 유로의 지원을 받은 이 전시회 프로젝트는 올 연말까지 계속된다. 그 후 베를린 이외의 다른 도시에서도 계속될 예정이다.

어린이를 위한 동독 전시회 프로젝트 팀장인 만코프는 “작년 연구결과에 의하면 독일 청소년들이 동독 역사에 무지하다고 문제가 됐었는데 우리 전시회가 어린이들이 독일 현대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믿는다. 하노버, 에어랑엔, 프랑스 마르세유 등 다른 도시에서 이 전시회에 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옛 동독지역 도시에선 아직 관심을 나타내고 있지 않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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