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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지식의 보고 도서관은 ‘창의력 교실’

서울사대부초·서울 보성고 학교도서관 활용 수업 현장

독서교육 및 교과 관련 지식 확장·습득 가능해
스스로 자료 찾는 법 알면 ‘자기주도학습’ 쑥쑥

“학교도서관진흥법 통과 계기로 사서교사 확대해
교과교사와 협력·융합 늘려야 학생 창의력 신장“


5일 오전 서울사대부초(교장 이형래) 도서관은 수업 열기로 가득했다. 10시 10분, 2교시가 끝나자 5학년 2반 학생들이 퇴장하고 10분 뒤 5학년 4반 학생들이 입실했다. 
 
"차렷, 선생님께 경례."
 
여느 수업과 다름없이 시작되더니 박은하(51) 사서교사의 강의가 이어졌다. "4학년까지 다독 위주로 독서를 했다면 이제 다른 독서를 해야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이들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발표를 주저하자 박 사서교사는 전자칠판에 ‘하늘’ 두 글자를 적고 "이 글자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파란 하늘이 떠오르나요? 글자를 보면 이미지가 떠오르죠? 그 이미지를 계속 만들어 연결하면 어떻게 되죠? 동영상이 되겠죠. 책을 읽고 나면 이런 동영상이 떠올라야 해요. 그렇지 않다면 책을 읽은 것이 아닙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책을 정독한 후 이미지화 훈련을 해야 창의력이 나옵니다. 창의력은 아무 것도 없는 상황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책을 제대로 읽어야 중학교 진학 후에도 공부를 잘 할 수 있습니다"라고 하자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양적 독서에서 질적 독서로의 이동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것이다. 
 
이어 독서기록장 겸 독서교육 교재를 통해 자신의 독서습관을 알아본 뒤, 다양한 종류의 책 이미지를 오려 붙여 도서별 활용도를 익히는 활동까지 이어졌다. 또한 종이책과 전자책의 차이를 나누는 시간을 갖고 여전히 종이책을 읽어야 하는 중요성도 깨달았다.
 
아이들은 박 사서교사 덕분에 독서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김상은 양은 "설명을 잘 해주셔서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돼 매일 독서하는 습관이 길러졌다"며 미소 지었다. 조영진 군은 "저학년 때부터 책을 읽어주시고 요점을 정리해주신 덕분에 독서에 대한 재미를 알게 됐다. 그래서 매번 도서관 활용 수업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박 사서교사는 우리나라 초등 사서교사 ‘1호’로 29년 간 초등독서교육을 이끌어온 산증인이다. 첫해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모든 학급에 월 1, 2회 도서관 활용 수업을 해오고 있다.
 
체계적인 독서습관, 자료 활용법을 배울 수 있는 만큼 박 사서교사의 수업은 교내 가장 인기 있는 활동 중 하나로 꼽힌다. 박 사서교사는 수업 외에도 독서인증제, 독서 동아리, 다양한 프로그램 등을 개발해 독서습관을 익히게 하고 있다.
 
그런 그는 누구보다 사서교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박 사서교사는 그 필요성에 대해 "지식의 보고인 도서관에서 모든 교과와 관련된 지식을 얻을 수 있다"며 "도서관 책들을 잘 활용해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아이들은 상급학교로 진학한 뒤 진가를 드러낸다"고 밝혔다.
 
이어 "졸업생 학부모들에게 고맙다는 편지를 받는다"면서 "저학년부터 습득한 독서 습관, 정확한 자료 검색 및 활용법을 통해 대입까지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등에서는 이 같은 교육 외에도 사서교사와 교과교사가 협력해 보다 살아있는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사서교사가 교과교사의 수업 자료를 지원하는 낮은 단계부터 교과수업 중 자료 분석이 필요한 시간에 정보 활용 교육을 해줄 수도 있다. 가장 높은 단계의 협력인 ‘밀접협력수업’에서는 사서교사와 교과교사가 수업설계, 운영, 진행, 평가까지 공동으로 절반씩 담당해 학생들로 하여금 능동적이고도 색다른 학습을 맛보게 한다. 학생 5명 정도가 모둠별로 각자 역할을 나눠 자료를 찾고 토의를 거쳐 인포그래픽, 소논문 등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식이다.
 
서울 보성고(교장 박형송)는 2015학년도부터 사서교사와 교과교사의 밀접협력수업을 권장하고 있다. 4일에도 이춘명(29) 사서교사와 김태경(37) 국어교사는 도서관에서 3학년 학생들에게 ‘화법과 작문’ 단원을 통해 인포그래픽을 만드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날은 총 8차시 중 5번째 시간으로 학생들이 그동안 찾은 자료로 스토리보드를 만들어 인포그래픽 초안을 작성하는 시간이었다. 앞서 수능특강 ‘독서’에서 원하는 주제를 찾고 DB사이트 등에서 출처가 명확한 자료를 모은 뒤 이를 본격 구성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학생들은 저마다 이 사서교사, 김 국어교사에게 도움을 청해가며 자유롭게 토론을 통해 수행해나갔다. 대입을 앞둔 3학년생들이라 이런 수업이 부담스러울 법했지만 새로운 수업에 대한 재미, 그리고 이러한 자료 활용이 장기적으로 자신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활발히 참여했다.
 
정현우 군은 "고3이라 시간 빼앗기는 것이 아닌가 걱정했지만 막상 해보니 평소 관심 있었던 내용을 심도 있게 공부할 수 있어 더 좋다"고 말했다. 임동균 군은 "고교에서 친구와 이야기를 별로 하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서로 생각을 나누면서 더욱 한발 가까이 다가설 수 있었다"고 만족감을 보였다.
 
도서관에 비치된 책들, 손수 검색해 자료를 찾아 교과서에 담기지 못한 내용을 확인하면서 더욱 확장된 지식을 얻을 수 있어 유익하다는 반응이다.
 
이 사서교사는 "교과 전문가와 해당 교과에 대한 자료 활용법을 잘 아는 사서교사의 밀접협력수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보다 풍요로운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며 "개정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핵심역량은 일방적 강의로는 충족시키기 힘든 측면이 있는데, 이 같은 협력수업이 이를 위한 좋은 밑거름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향후 융합교육에서도 교과교사와의 ‘컬러버레이션’을 통해 좋은 효과를 내길 바랐다. 
 
특히 지난달 학교도서관진흥법 개정으로 인해 사서교사가 늘면 이 같은 움직임이 더 커질 것으로 기대했다.

이 사서교사는 "서울의 경우 중학교에 사서교사가 단 한명도 없다"며 "중등에서 도서관이 자유학기제, 협력·융합수업의 심장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만큼 더욱 확대되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