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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드라마 시청률 순위를 인터넷 검색해보니 맨 위 나오는 작품이 KBS 2TV ‘같이 살래요’다. 주간ㆍ일간을 가리지 않고 지상파ㆍ케이블ㆍ종합편성 채널까지 망라한 드라마 시청률 1위다. 그 ‘같이 살래요’가 9월 9일 50회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3월 17일 시작했으니 장장 6개월을 주말 안방극장 주인 노릇을 한 셈이다.

 

‘같이 살래요’는 23.3%(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시청률로 시작했다. 최저 21.8%를 찍은 적도 있지만, 최고 시청률은 36.9%(50회, 9월 9일)다. 최고 45.1%를 찍는 등 평균 시청률 34.8%를 기록한 전작 ‘황금빛 내 인생’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20% 아래로 내려간 일도 없다. 시청률 1위의 인기드라마라 해도 무방한 ‘같이 살래요’다.

 

하긴 이미 ‘황금빛 내 인생’을 다룬 글에서 “KBS 주말극이 시청률 20% 대 밑으로 내려가면 망했다”는 방송 관계자 말을 전한 바 있다. 그만큼 KBS 주말극 지지층이 견고하단 얘기다. 문득 추석을 앞두고 9월 19일 개봉 예정인 영화 ‘명당’이 떠오른다. 타 방송사가 뉴스하는 그 시간대에 드라마로 연속 인기몰이를 하니 KBS로선 명당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또 하나 떠오르는게 있다. 걸그룹 우주소녀의 멤버 보나다. 보나는 얼마 전 끝난 KBS 수목드라마 ‘당신의 하우스헬퍼’에서 주연으로 연기를 펼쳤다. 그녀의 연기는 무난했는데, 스타로 뜨지는 못했다. 저조한 드라마 시청률 때문이다. 반면 ‘황금빛 내 인생’에 출연했던 신혜선은 주연급 스타로 발돋움한 상태다. KBS 주말극 출연 여부로 배우의 명암이 갈리는 셈이라 할까.

 

‘같이 살래요’는 ‘황금빛 내 인생’ 종영후 자연스럽게 보게된 드라마다. 시간이 겹치지 않았던 MBC ‘데릴남편 오작두’(3월 3일~5월 19일)말고 지상파 다른 어떤 주말드라마도 챙겨 볼 생각이 일지 않았다. 대신 여러 화제를 모은 케이블 방송 tvN의 ‘미스터 션샤인’을 보고 있다. ‘같이 살래요’ 끝나고 채널을 돌리면 바로 시작해서다.

 

앞에서 ‘자연스럽게 보게된 드라마’라고 했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1958년생으로 유지인ㆍ정윤희와 함께 1970~80년대 여배우 트로이카 시대를 열었던 장미희(이미연 역) 출연이 그것이다. 그냥 평범한 할머니나 보통의 엄마가 아니라 고등학교때 첫사랑 유동근(박효섭 역)과 60대 초반 사랑을 펼치는 캐릭터라는 리뷰에 밤 8시 뉴스 포기하고 시청을 작정한 것이다.

 

‘같이 살래요’에는 성공한 여러 유형의 사랑이 펼쳐진다. 효섭과 미연의 사랑에 이어 그의 자식들인 선하(박선영)ㆍ유하(한지혜)ㆍ재형(여회현)이 그 중심에 있다. 60대 초반인 효섭과 미연의 사랑은 닭살을 돋게 하면서도 재미 있다. 자식들을 위해 희생해온 기존의 부모상 이미지와 차별화된 모습이다. 특히 그들의 경제적 격차를 극복한 사랑이란 점이 눈길을 끈다.

 

눈길을 끄는 건 자식들의 사랑에서도 마찬가지다. 사회적 편견을 깬 성공한 사랑이라 할까. 가령 선하는 연하남 차경수(강성욱)와 결혼하고 있다. 이혼녀 유하는 총각인 정은태(이상우)와 결혼, 아프리카 의료봉사에 나서고 있다. 그들이 처한 처지나 여건 따위에 짓눌려 헤어지는 등 우여곡절 끝에 이룬 사랑의 결실이지만, 좀 아니지 싶기도 하다.

 

예컨대 재벌가에서 쫓겨나다시피한 유하를 보자. 이혼이 흠이 아닌 시대가 되었다곤 하지만, 이혼녀가 처한 현실에 너무 안이한 인식을 드러낸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유하가 은태와 사랑을 이뤄가는 과정을 보면 애 딸린 이혼녀가 어떤 핸디캡으로도 작용하지 않는다. 이혼 및 이혼녀를 너무 미화한 것 아니냐는 흘김이 생기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들의 누나와 외삼촌이 결혼하는 악덕환경에 놓여있긴 하지만, 그러고 보면 재형과 연다연(박세완)만 선남선녀의 사랑이다. 그런데 그 과정 묘사가 너무 어색하다. 우선 고교시절 심하게 뚱뚱해 왕따 당하는 다연을 구해준 특별한 사연까지 있는 동창을 계속 몰라보는 것이 그렇다. 동창임을 알고도 서로 존댓말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연애 초보의 서툼이나 미진함 역시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환상적’ 전개 아닌가 싶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것은 박현하(금새록)ㆍ우아미(박준금)ㆍ연찬구(최정우) 캐릭터다. 특별히 큰 악인이 없는 드라마라 굳이 말하면 그들은 반동인물형이다. 세속적이고 배금주의적인 그들이 다른 많은 착한 주인공들을 콘트라스트시키고 있다. 평일 드라마들처럼 불편하고 어색한 중간광고 보지 않고 드라마에 몰입할 수 있게 한 것도 ‘같이 살래요’의 미덕이다.

 

결정적인 아쉬움은 빌딩주 이미연의 치매다. 생로병사라는 말처럼 사람 사는데 병이 필수항목일 수도 있지만, 너무 뻔한 가족 드라마 공식으로 식상감을 안겨줘서다. 치매 걸린 이미연 보살핌을 통해 새로 결합하는 가족애를 부각하려했는지 몰라도 좀 아니지 싶다. 암이나 치매 따위 그런 병 없이 건강하고 밝은 가족 드라마를 이끌어 갈 수는 없을까.

 

입양한 은수(서연우)나 의붓아들 최문식(김권)을 통한 가족애 부각도 생각해볼 문제다. 미연이 양아들인 자신을 제끼고 왜 후견인을 세웠는지 이해된다며 친부 최동진(김유석)에게 대드는 문식이 시큰하기는 할망정 이혼당하면서 입양아인 은수에게 올인하는 유하의 모성은 좀 의아하다. 자신이 배 아파 낳은 자식에 대한 본능적 모성의 가치가 위축되는 듯해서다.

 

방송 내내 유지해온 무난한 재미를 황당하게 한 결말도 아쉽긴 마찬가지다. 유하와 은태의 현실감 전혀 없는 결혼식 해치우기가 그렇다. 결혼이란 인륜지대사를 너무 장난스럽게 처리한 것도 모자라 부모나 누나 내외가 동의해주는 아주 이상한 결말을 내고 있어서다. 유하네 출국길에 치른 효섭과 미연의 결혼식도 도대체 제 정신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한편 ‘같이 살래요’는 50부작이라 그런지 유독 많은 발음상 오류를 드러낸 드라마이기도 하다. ‘같이 살래요’보다 더 긴 52부작 ‘황금빛 내 인생’도 그렇게 심하지 않았는데, 일견 이상한 일이다. 연기자들 대사에서 그런 오류가 드러난다. 주ㆍ조연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배우 아닌 대본의 문제로 보인다.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아직도 삐졌어(삐쳤어)”(5회), “비시(빚이→비지) 남아있는 가게가 문제”(6회), “언제 버꼬시(벚꽃이→버꼬치) 피었지?”(9회), “이 자리를 빌어(빌려)”(16회), “얼른 들어가 씨처(씻어→씨서)”(20회), “아버지 비슨(빚은→비즌)”(27,41회), “아직 삐졌냐(삐쳤냐)?”(23회),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리켜줘(가르쳐줘)”(47회), “저한테 삐져(삐쳐) 있거든요”(49회)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