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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지난 7월 7일 시작한 tvN 토일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이 9월 30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고작 24부작에 불과한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고 한 것은 회당 방송 시간이나 다루는 배경이 대작 내지 시대극을 방불케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막돼먹은 영애씨’ 시리즈를 빼곤 거의 관심 밖이었던 tvN 드라마인데도 ‘미스터 션샤인’을 처음부터 본방 사수한 것은 그래서다.

 

사실 tvN의 ‘미스터 션샤인’ 방송은 그 의미가 크다. 먼저 대박을 친 KBS ‘태양의 후예’(2016), tvN ‘도깨비’(2016~2017) 등을 집필한 김은숙 작가와 이응복 PD가 세 번째로 의기투합한 작품이라 그렇다. 대작 ‘아이리스’(2009) 이후 9년 만에 드라마에 출연하는 이병헌(최유진ㆍ유진 초이 역)과 그와 20년 차이가 나는 김태리(고애신 역)의 연인 설정도 화제를 모았다.

 

또한 400억 넘는 제작비에 국내 최초로 1900년대 대한제국과 일제강점기 시대를 아우르는 6000여 평의 충남 논산시 세트장도 화제를 모았다.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업체 넷플릭스와 계약을 맺어 전 세계 190여 개국에서 방송된다는 소식도 마찬가지다. 판매 금액은 300억 원으로 알려졌는데 제작비 4분의 3을 해외 판매로 회수해 화제성을 더하게 됐다.

 

그러나 ‘미스터 션샤인’의 가장 큰 의미는 KBS 같은 지상파 공영방송이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케이블채널이 보란 듯 대작을 방송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tvN이 400억 대작 ‘미스터 션샤인’ 방송으로 KBS보다 한 수 위의 역량을 선보인 셈이라 할까. SBS에서 방송될 뻔했던 이야기도 있는데, 그런 현상은 이미 예견된 일이라 할 수 있다.

 

공영방송 KBS에서 2017년 1월 방송 예정으로 기획한 대하사극 ‘정약용’이 엎어졌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은 2016년 9월초였다. 연정훈이 타이틀 롤을 맡고, 12부의 대본이 나오고, 출연진의 대본 리딩까지 잡혀있던 ‘정약용’의 제작 무산 소식이었다. 앞으로 TV에서 정통 대하사극을 볼 수 없게 되었음을 의미하는 소식이기에 충격이 컸다.

 

그로부터 정통 대하사극은 물론 거액을 투입한 대작이나 시대극이 자취를 감춰버린 상황이기에 ‘미스터 션샤인’에 대한 기대가 컸는지도 모른다. 최고 시청률 18.1%가 그것이다. 케이블 시청률이 1%(지상파의 10% 정도와 맞먹음)만 나와도 대박, 3% 이상은 거의 초대박이라 하는 점을 감안하면 평균 시청률 12.9%의 ‘미스터 션샤인’ 대성공은 더 말할 나위 없겠다.

 

드라마는 사대부가 애기씨 고애신을 중심으로 한 최유진, 구동매(이시다 쇼, 유연석), 김희성(변요한) 세 남자의 이야기다. 거기에 이양화(쿠도하나, 김민정)가 주요 인물로 끼어 그야말로 격동의 시대를 헤쳐나간다. 그들을 둘러싼 것은 로맨스이지만, 망해가는 조선과 그런 나라를 지키고자 분연히 일어난 의병들의 순국 역시 뚜렷히 각인하고 있다.

 

양반 고애신과 천민 최유진의 사랑도 파격적이지만, 나라 위해 기꺼이 목숨 바친 의병들을 그린 점만으로도 ‘미스터 션샤인’은 충분히 가치있는 작품이다. 각각 노비와 백정의 아들인 최유진과 구동매라는 주동인물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도공ㆍ포수ㆍ주모ㆍ기생ㆍ하인ㆍ간호사 등 장삼이사의 민초들도 제법 비중있게 다루어 나름 균제미 갖춘 역사인식이 미덥기도 하다.

 

“지 백성들 버린 이딴 나라 다 뿌숴벌라고”라 절규하는 포수 장승구(최무성)라든가 일본 여자가 내지르는 “조선은 다들 나라 못팔아 난리라는데…”에 담긴 메시지 역시 그 울림이 가볍지 않다. 거기에 이완익(김의성)의 애신 부모 죽이기 등 친일파 무리의 악행과 쓸래야 쓸 힘이 없는 임금 고종(이승준)의 모습 등 비극적 망국 상황이 시청자들 가슴을 먹먹하게 했을 법하다.

 

특히 최유진ㆍ구동매ㆍ김희성ㆍ이양화 등 주요 인물이 다 죽고 고애신만 살아남는 결말의 메시지가 그럴 듯해 보인다. 노비 자식과 기꺼이 사랑을 나누고 나라 찾기 위한 의병 활동에 매진하는 애기씨 고애신에게서 희망이 절벽인 시절 어떤 빛을 볼 수 있어서다. 조선을 구하려는 고애신을 구하고 지키기가 신념인 최유진의 죽음이 그럴 듯하게 다가오는 건 그래서다.

 

‘미스터 션샤인’은 오랜만에 보는 대작다운 볼거리도 선사한다. 화려하고 웅장한 스케일의 영상이 그것이다. 1871년(신미양요)부터 1909년까지의 역사적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지은 세트장이 큰 몫을 해냈다. 영화 ‘암살’이라든가 ‘밀정’의 장면들이 떠오르긴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터라 시청자들의 보는 재미에 기여했을 것으로 보인다.

 

재미는 고애신과 최유진의 사랑을 꾸려가는 과정에서도 느껴진다. 거의 말로만 하는 사랑이라 박진감이 덜하지만, 가령 애신이 유진에게 “러브가 무엇이오? 그대와 같이 합시다”라는 장면이 그렇다. “러브가 쉬운 줄 알았는데 어렵구료”라며 유진에게 안기는 애신의 모습도 보는 재미를 주지만, 그러나 망해가는 당대 시대상황의 한 단면인 듯하여 쓴웃음을 짓게도 한다.

 

애신의 “핑계가 성의가 없지 않소?”, 행랑아범(신정근)의 “맨날 있는 하늘 어디 안가니께요”, 유진의 “나한테 신세진 것 떼먹지 말라”는 사랑 고백 등 이른바 김은숙표 대사들도 드라마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특히 “빼앗기면 되찾을 수 있지만, 내어주면 그럴 수 없다”는 유진의 말은 친일파들을 향해 날린 직격탄으로 단순히 보는 재미를 넘어선다. 최유진이 유진 초이가 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어서다. 다만, 주요인물의 종착지가 나라사랑 하나로 쏠린 점은 좀 아쉽게 느껴진다.

 

가령 전차에서 일군들에게 총을 쏘는 쿠도하나의 이양화 되기는 통쾌한 반전이긴 하지만, 좀 난데없는 변신이지 싶다. 구동매의 경우도 그렇다. 무신회 오야붕에 의해 죽임을 당했는데, 3년 후 만주 아편굴을 거쳐 국내로 들어와 의병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본 낭인들을 죽이며 순국하는 듯해서다.

 

최유진을 유진 초이가 되게 한 장안의 최고 부잣집 도련님이 일본 유학후 유흥ㆍ도박 따위 방관자로 살다 신문 발간 등 나름 애국자로 변신하는 김희성의 모진 고문 끝 죽음도 그렇다. 그들보다 비중이 약하긴 하지만, 임금의 호위대장에 이어 일본군과 교전하다 순국하는 장승구도 마찬가지다. 결국 ‘친조정’ 인물로 거듭난 것이어서다.

 

좀 아니지 싶은 전개도 있어 아쉬움을 준다. 가령 제8회 제물포에서 애신이 총상을 입었는데, 그 치료를 함안댁(이정은)이 하고 있다. 설마 의병활동하러 가는데, 시종을 데리고 갔다는 말인가? 결말부엔 그들 역시 의병다운 죽음을 맞게 되지만, 이때만 해도 행랑아범과 함안댁은 애신을 근접 보좌하는 시종일 뿐이어서다.

 

또한 고사홍(이호재)이 행랑아범(하인)과 상의하는 장면이 그렇다. 이방인에 불과한 유진과 ‘왜놈’일 뿐인 동매에게 애신을 부탁하는 건 황당하기까지 하다. 그들을 내치기만 하고 그렇게 할만한 화해 과정이 없어서다. 또한 조선이 망해가는 시절이었을망정 우리가 생각해온 올곧고 지조있는 선비이자 일반적 양반의 모습은 아닌 듯해서다.

 

낭인들에게 납치되어 일본으로 끌려간 충신 이정문(강신일)을 현지에서 구해놓고 그에 대한 행적 묘사가 전혀 없는 것도 좀 의아하다. 이정문이 구동매의 벙어리 여인 호타루(김용지)처럼 어느 순간 행적이 나오지 않아도 무방한 그런 전개와 같을 수 없는 인물이기에 그렇다. 무슨 사정인지 잘 모르겠으나 추석연휴 결방, 1주일 늦게 종영한 것도 잘한 편성으로 보이진 않는다.

 

과거 많은 대하드라마나 사극에서 저질렀던 오류가 재현돼 씁쓸하기도 하다. 바로 ‘아버님’에 대한 호칭이다. 김희성이 멀쩡히 살아있는 자신의 아버지에게 ‘아버님’이라 부르는데, 명백한 오류다. 아버님은 시아버지, 친구나 다른 이의 아버지를 높여 부를 때 쓰는 말이다. 고종의 “적의 눈비슬(눈빛을→눈비츨) 하고 있는가?” 따위 발음상 오류는 차라리 애교라 할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