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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경영

발도르프교육과 발도르프 교사교육

슈타이너의 교육사상과 실천 ③

발도르프학교는 1919년 독일 슈트트가르트에서 슈타이너가 ‘자유 발도르프학교(Freie Waldorf Schule)’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12년제 사립 종합학교(comprehensive school)이다. 발도르프-아스토리아(Waldorf-Astoria) 담배공장 소유주 에밀 몰트(Emil Molt)가 슈타이너에게 교육을 맡아달라고 하면서 시작됐다. 이 공장의 이름을 따 발도르프라 했고, 교육이 사회의 다른 경제 영역이나 법적·제도적 영역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함을 강조하기 위해 ‘자유’ 발도르프학교라고 했다.

 

발도르프교육의 시작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유럽 여러 나라와 미국에서 일어난 신교육운동이라는 역사적 맥락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19세기 말 20세기 초 새로운 교육을 모색하는 운동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다. 이것은 당시 중등교육이 지나치게 지식중심의 학교로 형식화된 데 대한 반발로, 19세기 중엽 확립된 근대교육의 이념을 본격적으로 현실화하기 위한 운동으로 볼 수 있다. 이를 ‘신교육운동(New Education Movement)’이라고 한다.

 

신교육운동은 전통적 중등학교 개혁을 계기로 일어났는데, 넓은 의미에서 학교의 제도·내용·방법이 민주적 입장에 기초할 것을 주장한다. 즉, 교육제도 면에서는 교육의 기회균등을 주장하며, 교육내용과 교육방법 면에서는 아동의 인권을 존중하고 학습자의 흥미와 자발성을 중시하는 것을 강조한다. 발도르프교육은 슈타이너의 인지학이라는 특정 사상에 입각한 것으로 다른 여러 신교육운동의 흐름과 구별되는 특징을 가졌지만, 기존의 학교 교육을 새롭게 개혁하고자 한 점에서 당시 신교육운동의 한 흐름으로 평가된다. 한국은 20세기 초 신교육운동에는 합류하지 못했지만, 해방 이후 새로운 교육에 대한 모색은 지속적으로 있어왔다. 마침내 1990년대 후반 새로운 교육에 대한 열망이 대안교육운동으로 분출했고, 이러한 흐름 속에서 발도르프학교 교육이 소개되고 생겨나기 시작했다.

 

특히 ‘발도르프교육’은 1994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네스코 제44차 세계교육장관회의 때 21세기 개혁교육의 모델로 선정된 바 있다. 무엇이 발도르프학교를 개혁적인 학교 모델로 만드는가? 발도르프학교 교육의 특징을 개략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예술가로서의 교사

발도르프학교에서는 교육이 예술적이기 위해서 먼저 교사 자신이 풍부한 예술성을 가지고 자기 자신을 예술가로서 자각하는 것을 강조한다. 슈타이너는 교사, 특히 아동기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를 ‘영혼의 예술가(Seelenkunstler)’라고 부른다. 교사가 영혼의 예술가로서 자각하고, 예술로서의 교육을 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대해 슈타이너는 교사가 인간 본성에 관한 인식과 세계 본질에 관한 인지학적 인식을 할 수 있을 때라고 답한다.

 

슈타이너에 의하면, 교사는 인간(교사 자신뿐만 아니라 학생의)의 본질에 대해 탐구하고 세계와 살아있는 관계를 맺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교사가 학생을 세심하고 민감하게 이해하여 가르칠 수 있으며, 학생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 안에 창조적 힘이 깨어날 수 있게 가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과정의 예술적 구성

교육과정 안에 회화적 요소와 음악적 요소가 있는 교과목을 포함시키는 것은 물론, 지적인 교과를 포함하여 모든 교과를 가르칠 때, 그림을 그리고 노래하며 놀이를 하고 리코더를 부는 예술적 활동을 활용한다.

 

이것은 지식과 앎이 단지 머리에 국한된 것이 아니며, 감정과 의지가 통합된 지식이 학생들에게 능력을 일깨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교육과정의 예술적 구성을 잘 보여주는 것이 교사들이 활용하는 칠판그림이다.

 

 

예술적인 교육환경

발도르프학교는 예술로서의 교육을 위해 학교 역시 아이들의 성장에 맞추어 유기적으로 지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학교 외관뿐만 아니라 교실 벽 색깔, 계절식탁(계절의 리듬이 반영된 물건들로 장식한 교실 안의 탁자) 등 공간의 교육적 구성을 강조한다.

 

8년 담임제

발도르프학교에서는 한 명의 교사가 8년을 가르친다. 이것은 슈타이너가 아이의 8년을 전체 성장 단위로 볼 것을 강조한 데서 나온 제도이다. 아이의 성장은 학년별로 끊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8년 담임제를 통해 학생과 교사는 밀접한 교육적 관계 형성이 가능하다. 교사-학생 간 지속적인 관계 형성을 통해 학생은 교사의 인격을 통해 배운다. 교사는 8년이라는 시간 동안 가까이에서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신체발달뿐만 아니라 내면세계와 정신세계의 통합적인 성장과 발달을 돕는다.

 

주기집중 수업(Epochen Unterricht)

주기집중 수업은 3~6주를 하나의 주기로 하고 매일 두 시간가량 같은 과목을 가르치는 시간표 운영방식이다. 주로 오전 8시에서 10시까지 주기수업이 이뤄지는데, 시작 30분은 시를 암송하거나 음악에 맞추어 간단한 동작으로 잠에서 덜 깨어난 몸을 깨운다.

 

주기집중식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은 일정하게 주어진 시간 동안 깊이 있게 하나의 주제에 대해 집중할 수 있게 하고, 학습한 것을 잊어버리게 한 후 기억 깊은 곳에 두었다가 다시 기억해낼 수 있게 한다.

 

오이리트미(Eurythmy)

발도르프학교에서 가르치는 교과 중 가장 독특한 것이 오이리트미이다. 오이리트미는 그리스어로 ‘좋은, 조화로운’이라는 뜻의 eu와 ‘리듬’이란 뜻의 rhythm이 결합한, 즉, ‘좋고 조화로운 리듬’이라는 뜻의 슈타이너가 창안한 동작 예술이다.

 

오이리트미는 신체적·생물학적 기능을 가진 체조나 미적 가치를 추구하는 무용의 심미적이고 기술적인 동작과는 분명히 다르다.

 

오이리트미는 심리적이고 영혼적이며 정신적 기능을 강조하기 때문인데, 오이리트미를 ‘영혼화된 체조’, ‘신성화된 무용’, ‘정신무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오이리트미를 하는 목적은 인간의 초감각적인 실체에 속하는 정신·영혼을 신체 안에 온전히 자유롭게 하기 위해서다. 오이리트미의 교육적 가치는 인간의 내적인 경험과 바깥으로 드러나 보이는 외적인 움직임을 통합하는 데 있다. 슈타이너는 발도르프교육의 목적이 내적인 삶의 힘이 신체의 움직임에 파고들도록 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Calgren, 1986: 57).

 

발도르프학교의 연계성

발도르프학교는 교장이 따로 없기 때문에 발도르프학교들 간의 연계 단체인 ‘발도르프교육 협회’를 통해 학교 운영상의 문제, 가르치는 일, 교사 교육에 관련된 제반 문제를 해결한다. 스위스 도나하(Donarch)에 세계 인지학회(또는 세계 발도르프협회)가 있고, 나라에 따라 발도르프협회가 있는 곳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한국 발도르프교육협회(www.waldorf.or.kr)가 슈타이너의 인지학과 발도르프학교 교육을 소개하고, 관련 저서를 번역·출판하며, 발도르프학교 교사연수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상의 특성을 갖는 발도르프학교는 대안교육운동 흐름 속에서 한국발도르프학교들도 생겨났다. 이미 12년이 넘어 졸업자를 배출하고 있는 학교도 있다. 경쟁위주의 한국 교육현실에서 교육의 대안을 모색하면서 시작된 한국의 발도르프학교들은 한국 사회의 일반적인 교육현실과 지향하는 이상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민하면서 새로운 학교문화를 정착해가기 위해 애쓰고 있다. 또한 최근 혁신학교운동과 함께 공교육 안에서도 발도르프교육을 접목하는 사례가 생기면서(강원도 공현진초, 남원 아영초 등), 공립학교 교사를 위한 발도르프 교사연수 및 공부 모임(예: 전북발도르프교육연구회)도 이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