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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결혼식 축사를 부탁해요

21년 전 제자 부부에게 결혼식 수업하던 날

천국에 들어가려면 두 가지 질문에 답해야 한다. 하나는 '인생에서 기쁨을 찾았는가?',

다른 하나는 '당신의 인생이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해주었는가?' -인디언 속담 중에서

 

선생님, 축사를 부탁해요!

 

▲ 5월 5일, 담양동초등학교 6학년 때 가르친 제자 부부에게 성혼선언문과 축사를 했어요.

 

지난 3월 19일 서울에 있는 21년 전 제자가 전화를 했습니다. 5월 5일 어린이날, 광주에서 야외 결혼식을 한다고. 2년 전 추석에 내려와서 만났던 제자입니다. 그런데 6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랑 결혼하게 되었다며 들뜬 목소리로 기쁨을 전했습니다. 홀로서기를 하면서도 유난히 밝고 따뜻했던 소녀는 딸처럼 친근했기에 더욱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자식이 잘 되길 비는 마음은 어버이의 마음과 다를 바 없으니.

 

"축하한다! 잘 되었구나!"

"그런데요, 선생님. 저희는 고향에 내려가서 결혼을 해요. 양가 부모님이 모두 시골에 계시거든요. 선생님께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주례를 서 달라고? 요즈음은 안 하는데."

 

"저흰 주례 없이 하기로 약속했어요. 그래서 성혼선언문과 축사를 선생님께 부탁드리고 싶어요. 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그럼, 당연히 해주어야지. 내가 가르친 제자끼리 결혼하는데 이렇게 기쁜 일을 어찌 마다할까?

"고맙습니다. 다음에 내려가서 자세한 말씀 올릴 게요."

 

"아니아니, 둘 다 직장인인데 일부러 내려오지 말고 결혼식 당일날 봐도 돼요."

"그건 예의가 아니지요. "

"괜찮으니 결혼 준비에 신경 쓰고 내겐 부담 느끼지 말아요."

"정말 그래도 돼요? 정말 감사하고 죄송합니다!"

 

제자끼리 결혼한다는 기쁜 소식에 엉겹결에 부탁을 들어주고 말았지만 행복한 일이 분명했습니다. 21년 전 6학년 39명을 가르치며 인연을 맺은 제자는 며느리를 삼고 싶어서 내가 차고 다니던 작은 금팔찌를 선물로 줄 만큼 아끼던 제자였으니까요.

 

어린이날 결혼하는 제자 부부를 위해 성혼선언문을 작성하고, 축사 원고를 쓰며 설레던 순간, 저는 어느 해보다 아름다운 5월을 보냈습니다. 양가에 축의금을 드리는 기쁨도 선생이라서 맛보는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벌써부터 제자 부부가 예쁜 아기를 안고 찾아올 그날을 기다립니다. 5분 짜리 결혼식 수업은 제자 부부의 사진첩에 오래도록 남도록 축사와 성혼선언문을 곱게 만들어 담아주며 부탁했습니다. 부부 싸움을 할 때마다 꺼내 보라고.

 

"김찬우, 강소영! 부디 행복하게 잘 살아주렴! 축하하고 사랑한다!"  결혼식 수업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