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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의 세상 읽기 ⑨] 금성옥진(金聲玉振)

때때로 우리는 어떤 일을 시작하면서 그 끝을 가늠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마무리를 잘하지 못해 인생의 중대사를 그르치는 경우도 있다. 인생에서 일의 성공이나 학업의 완성도 결국 처음과 끝, 시종(始終)이 있을 터인데 우리는 어떻게 시작하고 어떻게 마무리를 해야 할까?


필자는 일전에 학술발표대회 참석차 중국 산동성(山東省) 취푸(曲阜·곡부)에 간 적이 있었다. 취푸는 유가사상의 발원지로서 공자의 고향이다. 한국에서 함께 간 일행과 함께 공자의 유적지 공묘(孔廟), 공부(孔府), 공림(孔林)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황제의 궁궐과 같은 위상을 지닌 대성전(大成殿)이 있는 공묘는 규모의 웅장함과 그 속에 담긴 오래된 역사적 흔적이 필자를 압도했다.


공묘에 들어서자 대성전으로 향하는 길에는 여러 단계의 석방(石坊)과 석문(石門)들이 줄지어 있었고, 그 주변으로 한나라 고조 유방 이래 역대 여러 황제가 공자를 숭배하며 제례를 봉행할 때마다 세운 건물들과 비석들이 즐비했다. 그중 필자의 눈길을 유독 사로잡은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첫 번째 석방에 새겨진 금성옥진(金聲玉振)이라는 글씨였다.


마침 동행하던 유학을 전공한 선생님께 뜻을 물었다. 이 글씨는 음악에 관한 것인데 금(金)은 쇠로 만든 악기인 종(鐘)을 뜻하고, 옥(玉)은 옥돌로 만든 악기인 경(磬)을 뜻한다. 국악 교과서에서 볼 수 있는 편종(編鍾), 특종(特鍾) 등이 금에 해당하는 악기이고, 편경(編磬)과 특경(特磬) 등은 옥에 해당하는 악기이다.


공자 시대 전통음악을 팔음(八音)이라 하는데 음악을 연주할 때 먼저 종을 쳐서 음악을 시작하고 마지막에 경을 쳐서 음악을 마무리하는 것을 뜻한다. 말씀을 듣고 잠시 멈추어 필자는 생각했다. 이 글귀를 공묘의 첫 입구에 새겨놓은 의미는 무엇일까? 필자는 궁금하여 그 뜻을 살펴보았다. 
방문객을 위한 공식 안내책인 성역통람(聖域通覽)을 살펴보니 금성옥진은 명나라 1538년 당시 산동성 행정장관인 호찬종(胡讚宗)이 《맹자(孟子)》 〈만장(萬章)〉 하편에 나오는 구절을 생각하며 석방으로 세웠다고 한다. 


맹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공자 같은 분을 일컬어 집대성(集大成)하였다고 하는 것이다. 집대성이란 것은 음악을 연주할 때 쇠로 만든 악기를 쳐서 소리를 퍼뜨리고, 옥으로 만든 악기를 쳐서 소리를 거두어들이는 것이니 쇠로 만든 악기를 쳐서 소리를 퍼뜨린다는 것은 음악을 시작하는 것이고, 옥으로 만든 악기를 쳐서 거두어들인다는 것은 음악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가락을 시작하는 것은 지(智)에 속하는 일이고, 가락을 마무리하는 것은 성(聖)에 속하는 일이다. [孔子之謂集大成, 集大成也者. 金聲而玉振之也, 金聲也者, 始條理也, 玉振之也者, 終條理也. 始條理者, 智之事也, 終條理者, 聖之事也].”


맹자는 위의 글로써 여러 학문을 집대성하여 성인이 된 스승 공자의 인품을 표현한 것이다. 마지막 구절의 뜻을 좀 더 풀어서 생각해보자. 시작은 지(智)의 일이고, 끝맺음은 성(聖)의 일이다. 즉, 지혜롭게 시작하고 탁월한 덕행으로서 마무리한다. 공자는 지혜로서 시작하고 덕행으로 마무리하는 일을 마치 하나의 아름다운 음악이 연주되는 것처럼 하였기에 학문의 집대성을 이루는 성인이 되었다는 의미이다. 공자의 인품에 대한 맹자의 찬사가 담겨 있다. 맹자의 글을 읽어보니 금성옥진방이 왜 공묘의 입구에 세워졌는지 이해가 된다. 


아울러 위의 글이 맹자가 그의 제자인 만장과의 대화를 통해서 후세에 가르침을 주고자 한 점을 고려해서 오늘날 우리도 그 뜻을 생각해보자. 맹자가 스승으로부터 본받고자 한 인품 그리고 제자에게 전해주고자 한 인품은 무엇일까? 어떤 일을 시작할 때에는 지혜를 다해 분별하여 시작하고, 시작하였다면 덕행으로 지속하여 그 일을 완수하여 마무리해야 한다. 달리 말하면 지혜 없이는 시작할 수 없고, 덕행 없이는 마무리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