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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

“학교 도서관도 놀이터가 될 수 있어요”

<학교놀이터를 살리자>

 

동화 속 풍경 ‘책마을 해리’

 

고창 나들목에서 나와 20여분 쯤 달리자 바다 가까운 곳에 위치한 작은 폐교가 보였다. 책마을 해리. 옛 나성분교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탄성과 함께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톰 소여의 모험’에서나 볼 법한 ‘트리 하우스’. 커다란 플라타너스 나무 위에 자리 잡은 대나무로 만든 오두막집이 근사하다. 완만하지 않은 계단을 딛고 올라 안으로 들어가니 그곳에 아담하게 꾸며진 작은 도서관이 있었다. 책을 보든 자연을 보든 그건 내 맘대로다. 동화에서나 볼 법한 평범하지 않은 작은 아지트에서 들어오니 시원한 바람과 함께 눈앞에 펼쳐진 플라타너스의 커다란 잎과 바깥 풍경이 들어왔다. 이곳이야 말로 무엇이든 상상할 수 있는 자연의 놀이터라는 것이 와 닿았다.
 

‘책마을 해리’는 책을 들고 갈 곳이 많다. 폐교의 허름한 공간을 버들눈작은도서관, 책감옥, 바람언덕, 마을사진관, 종이숲 등 주제가 살아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했기 때문이다. 책과 함께 놀 수 있는 곳이 많고 책을 매개로 만날 수 있는 사람도 많다. 게다가 이곳은 자연이 살아있다. 옛 모습 그대로에 또 다른 자연 소재를 더해 아이들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친근하고 편안한 자연 친화적인 환경으로 구성했기 때문에 다양한 공간에서 책을 놀이 삼아 즐길 수 있다. 

 

 

모든 교실과 연결된 ‘만남의 장’

 

완주 나들목에서 나와 10여분 쯤 지나자 작은 시골 마을의 정경이 느껴진다. 어렵지 않게 찾은 이곳은 교문부터 남다른 전북 삼우초. 교문 안쪽으로 보이는 원형 건물이 흥미롭다. 외부에서 통하는 여러 개의 현관문 중 열려있는 한 곳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니 1층 중앙에 넓게 자리 잡은 도서관이 인상적이었다. 1층 주위를 돌며 교무실과 교장실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아 혹시나 하는 마음에 2층으로 올라가보니 그제야 김칠수 교장 선생님을 만나 뵐 수 있었다. 이곳은 교장실, 교무실, 행정실이 모두 2층에 위치하고 있다. 기존 학교들은 안전이나 민원인의 편의 등을 고려해 대부분 1층에 위치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이곳은 학생들의 교육 활동을 우선에 두고 계획된 공간이라는 사실에 작은 감동이 밀려왔다.
 

1층 중앙에 자리 잡은 도서관은 바깥으로 배치된 모든 교실과 원형 복도를 끼고 바로 연결되고 2층과는 나무 계단으로 연결돼 있다. 그래서 만남 도서관일까? 지금까지 우리의 고정관념 속에 학교도서실은 독립된 공간으로써 편안함을 추구하되 정숙을 요구받는 공간이었다면, 삼우초 도서관은 책과 함께 놀이와 재미를 담은 아이들을 위한 복합공간으로 소란함과 즐거움이 동시에 허용된다. 쉬는 시간이 돼 아이들이 교실 문을 여는 그 순간부터 그들만의 놀이는 시작된다. 

 

변덕 동반하는 아이들의 성장

 

책마을 해리는 사실 도축장이 될 뻔 했던 폐교가 화려하게 변신한 케이스다. 폐교를 눈앞에 두고 재생한 삼우초도 마찬가지로 공간의 혁신으로 제2의 번성기를 누리고 있다. 
 

놀이터가 변하고 있다. 더 이상 아이들은 어른들의 눈높이로 만들어 놓은 놀이터를 원하지 않는다. 도전과 모험이 있는 놀이터, 자신의 판단으로 시도할 수 있는 놀이터를 원한다. 덴마크 폴케보 유치원 아이들의 놀이는 놀이터 앞 작은 횡단보도를 건너면서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스스로 안전에 주의하며 놀 수 있는 권리를 찾는 것이다. 
 

도서관도 변하고 있다. 책 대신 스마트폰을 손에 쥔 아이들이 다시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도록 도서관은 더 흥미 있고 상상 가득한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학교도서실은 놀이터가 될 수 있을까? 변화에 둔감하고 정형화된 틀을 요구하는 학교가 교육이란 이름으로 학생의 눈높이에 맞춘 환경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4층 교실에 앉아 창밖을 보면 넓게 펼쳐진 운동장과 크고 울창하게 자란 나무들이 참으로 멋스럽다. 나무 밑에 옹기종기 모여 않은 아이들, 건너편 건물 그늘 밑에 모여 공놀이를 하는 아이들, 실외 계단 넓적한 난간에 누워 책을 보는 아이, 구령대 좁은 난간을 평균대 마냥 아슬아슬 걸어 다니는 아이들…. 선생님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위험하다며 주의를 받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그저 놀고 있다. 학교라는 놀이터에서 나름의 장소를 찾아 짧은 쉬는 시간,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최대한 즐겁고 신나게 효율적으로 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에서는 ‘꿈을 담은 놀이터’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은 학교 안 천편일률적 놀이터를 아이들의 바람을 담아 체력을 높이고 모험을 즐길 수 있는 다목적 놀이시설로 개선해 아이들의 놀 권리를 충족시키는 혁신적 변화의 패러다임 중 하나다. 
 

이런 생각을 해본다. 학교 어느 한 곳을 ‘놀이터’라 이름 짓는 것 역시 어른들의 눈높이가 아닐까? 아이들의 성장은 변덕을 동반한다. 한참을 그곳에서 놀다가도 어느 순간 시시하다며 다른 놀이터를 찾는다. 그것이 성장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성장의 변화를 존중하며 다양한 환경을 구축해 줄 필요가 있다. 거창할 필요 없이 아이들에게는 학교 곳곳이 놀이터다. 미국의 놀이터 이론가인 수전 G.솔로몬은 “너무 안전한 놀이터는 아이의 자립심과 모험정신을 방해하지만 다소 위험한 놀이터에서 아이들은 강해진다”고 했다.

 

 

‘놀이터’ 공간 제약 벗어나자

 

도서관에 쌓아두었던 책을 옮겨보자. 그리고 아이들이 잘 모이는 공간을 찾아 작은 도서관을 열어보자. 나무 밑에 평상을 놓아주고, 학교 안 어딘가에 그들의 아지트를 만들어보자. 모험과 도전을 즐기는 아이들을 위해 나무 사이에 밧줄 하나 걸어주자.
 

누군가는 놀 권리를 말할 때 누군가는 책임을 말한다. 아이들의 다양한 신체 활동을 존중하고 공동체적 경험을 나눌 수 있는 환경을 고민할 때 다른 한쪽에서는 민원에 휘말리지 않도록 안전을 챙기는 방어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놀이와 안전은 별개일 수 없다. 
 

아이들의 놀 권리와 놀이의 가치를 이해하는 동시에 안전까지 고려할 수 있는 교사들이 놀이 공간 기획 및 진행단계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위태로워 보여도 자신의 안전을 생각하며 놀이를 즐길 수 있으며 무리 없이 성장한다. 다만, 구축된 놀이시설에 대해 학교의 지속적인 관심과 꾸준한 관리, 개선 될 수 있는 책임 있는 학교 시스템이 무엇보다 요구된다. 김지혜 서울온수초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