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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인가 수업시간에 학생들 절반 정도가 책상에 엎드린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이 시기에 ‘수포자’, ‘영포자’ 이야기가 나왔다.‘수포자’를 검색하면 ‘수학을 포기한 사람’으로 나오긴 하지만, 어감이 좋은 단어가 아니다. 실수와 도전이 허용된 청소년기에 일찌감치 포기를 먼저 배우고 이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쓰는 아이들을 보며 안타깝다. 

 

2년간 일반고 학습부진학생 연구를 하면서 초등학교나 중학교와 달리 고교생은 무엇보다 학습결손 즉, 따라잡아야 할 학습 분량이 심각하게 많으며 교사들 역시 무엇보다 이를 학습부진학생 지도의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호소했다. 이 가운데서 공부할 의지가 있지만,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학습방법을 모르는 학생, 공부의 필요성이나 당위성은 알지만 의지가 부족한 학생, 학습 의지나 동기가 전혀 없는 학생 등이 있었다.

 

첫 번째에 해당하는 학생 중 "영어시간 에 문법 설명을 하기 시작하면 그냥 아랍어 같아요. 그럴 때 전 말하고 경주하는 기분이에요. 도저히 따라 갈 수 없어요." 라고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학습할 의지는 있지만 학습결손이 심해 혼자 공부하려고 해도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한 고교 선생님은 "애들이 몰라서 잔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조금이라도 알거나, 알 것 같으면 도전을 하긴 해요. 근데 그걸 옆에서 교사가 체크 해줘야 되니까 (힘들죠)…"라고 했다. 어느 학생이나 수준에 맞는 수업을 받는 것이 가장 이해가 쉽고 좋을 것이다. 

 

학습부진학생의 경우 부진 정도와 이해 정도가 워낙 다양하고 개인차가 심해 개인 맞춤형 지도가 필요하다. 그러나 수업시간 외에 별도로 남아서 하는 수업은 대체로 싫어하는 편이다. 결국 가능한 수업시간 내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수준별 수업에 대한 의견은 시·도마다 다르다. 공부할 의지가 있어도 외국어 같은 이야기를 매일 듣고 있어야 하는 시간이 오히려 학생의 의지를 점점 꺾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생긴다. 

 

두 번째는 초등학교나 중학교에 비해 고교인 만큼 학습부진학생이라도 공부를 해야 된다는 필요성이나 당위성은 인지하는 학생이다. 이런 학생이 많다. 그러나 이제까지 학습 습관이 형성되지 않은 시간이 길었던 만큼 공부할 의지가 생겼다해도 이를 지속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이런 학생의 경우  장시간 학습하는 것 자체의 습관화를 통해 학습에 대한 동기로 이행될 수 있도록, 즉 행동조절을 통해 동기조절이 이뤄질 수 있도록 주위에서 같이 봐주는 일종의 학습 러닝메이트가 필요하다. 

 

가장 좋은 것은 학생을 잘 아는 선생님이지만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주위 친구도 좋고, 대학생 봉사도 좋다. 단, 여기서는 행동이 습관화될 때까지 꾸준히 같이 호흡하고 뛰어줄 사람이다. 앞으로 이 학생이 성인으로 살아갈 사회는 지속해서 지식이나 정보를 습득해야 한다. 따라서 좀 더 큰 관점에서는 학생 자신이 꾸준히 배울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것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세 번째 부류의 학생들도 대학 입학이나 사회로 진출할 청소년기의 학생들이지만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 볼 시간이 없었던 경우다. 이런 학생의 경우 성적과 관련해 자신감도 부족하고 따라서 자신이 주체적으로 무엇을 찾아보고 고민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면담한 고등학생 중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는 공부 못해도 돼서 무조건 괜찮아요.", "○○○는 꼭 나와야 할 (대학) 학과가 없어요"라고 했던 것이 기억난다. 청소년기야말로 꿈꿀 수 있는 희망과 기회가 충분한 시기다. 무엇이 학생들의 꿈과 꿈꿀 희망을 가져갔을까?

 

마지막으로 우리 고교 시스템 내에서도 좀 더 다양한 선택과 기회가 보장됐으면 한다. 늦었지만 공부를 시작해보겠다는 학생, 성적이 나빠도 상관없는 직업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해보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도록 학생에게 기회를 주고 지원해 주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학교에는 다양한 생각과 꿈, 자신만의 소질과 재능을 지닌 학생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모두 인정하는 사회적인 인식 변화도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