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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오늘 소속 학교에서 정년을 마치고 퇴임하는 선배 교사를 온 교직원이 조촐한 식사와 함께 작별을 고하며 떠나보냈다. 시기적으로 전국적인 감염병 확산으로 취소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희망자에 한 해 참석을 알리고 참석자의 자유의지에 따라 거행한 행사였다. 다행히도 참석자는 우려를 불식하고 상당수가 참여했다. ‘끝마침’이란 의미가 주는 인지상정인지도 모르겠다. 분위기는 대체로 화기애애한 가운데 행사를 마쳤다.

 

교사의 정년퇴직은 말 그대로 만 62세까지 유종의 미를 거두고 퇴임하는 것이다. 이는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냉정한 세상은 수많은 평교사 중의 하나로 퇴임하는 것이 뭐 그리 큰 이슈가 되느냐고 말할 수도 있다. 또한 세속적인 기준으로 그리 큰 명예도 부도 권력도 아닌 평범한 직업인의 과정을 끝마쳤다는 것에 별 다른 의미를 부여하기를 주저할 수도 있다. 왜냐면 세상의 관념은 성공자에 대한 기준이 높고 엄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처럼 명예퇴직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교단을 등지는 사람들이 많은 세태를 돌아보면 이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결과다. 특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나 요동치는 교단에서 하나의 철학과 가치관을 가지고 끝까지 소임을 완수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 생각한다. 퇴임자는 그간의 모든 유혹을 물리치고 오직 한 방향만을 주시한 채 사도(師道)를 걸어왔다. 게다가 대과(大過) 없이 마침표를 찍었다. 이에 진심으로 축하의 인사를 건네고 싶다.

 

한때 교직은 성직이라 하여 뭇사람들의 존경과 인정을 받았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교육의 가치가 변질되고 성공의 기준이 부와 권력, 명예에 집착하면서 교직은 그 어느 것에도 초라하기 짝이 없게 추락의 길을 걸어왔다. 거기다 최근에는 전국적으로 ‘Me Too’ 운동이 확산되면서 불명예스러운 교사의 언행이 들추어지고 각종 송사에 휩싸이면서 세상의 인심은 싸늘하게 식어있다. 오죽하면 같은 교사로서도 너무 심하다는 감정과 함께 부끄러움을 간직하며 결코 동의할 수 없다는 자체비판을 유발하였을까?

 

솔직히 오늘 이 순간도 40만이 넘는 교사 중에 어느 누가 어떤 사건으로 뉴스의 중심이 될지 두렵기도 하다. 시험지 유출, 학생부 위조, 성희롱이나 성폭력, 학교폭력으로 인한 아동 학대, 제자와의 성 스캔들 등등 하루가 멀다고 드러나는 교사들의 비행과 일탈은 이제 한계가 없다는 자조 섞인 체념으로 바뀌어 가는 현실이다. 거기다 교사는 가르침에 대한 자긍심은 사라지고 학부모 민원과 폭력으로부터 그저 피해자로 남아 있을 뿐이다. 다행히도 교원지위법이 시행되면서 사정은 다소 나아질 거라 하지만 이미 바닥을 친 교직의 신뢰도는 회복이 쉽지 않을 거라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이런 가운데 정년 퇴임자를 떠나보내며 남은 자의 어깨엔 책임감이 더욱 무거워짐을 느낀다. 교사는 학생이 있음으로써 존재한다. 그런데 그 학생들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그리고 미래엔 상당수의 교사는 인공지능(AI) 교사로 대체될 전망이다. 그러나 인간만이 가능한 정서적 공감과 소통, 사람 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려는 의지는 오직 우리 교사가 이룰 수 있는 특권이자 의무다. 이제 새 학년이 시작된다. 2020년은 더욱 의미 있는 교육으로 학생들과 더불어 즐겁고 행복한 교사의 길을 걸으면 좋겠다. 오늘은 많은 것을 사색한 정년퇴임 행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