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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교실창가에서] 온라인에서도 공감대 형성, 상호작용은 필요하다

고 3 온라인 개학, 특수교육 이야기

4월 9일, 가장 먼저 온라인 개학을 하게 된 고등학교 3학년! 그중에서도 특수학교 고등부 3학년 3반에는 두 명의 나이 많은 남학생이 있습니다. 1973년생 만 47세의 최영민 학생과 1997년생 만 23세의 최인영 학생입니다. 두 학생은 같은 반에서 서로 의지하고 도움을 주고 받으며 사이가 좋은 편이지요

 

뇌병변장애(뇌성마비)를 가진 최영민 학생은 휠체어에서 생활하는데 학업에 대한 열정이 높고 무엇이든 적극성을 나타냅니다. 지난해에는 비록 차점 낙선하기는 했으나 전교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하기도 했습니다. 최인영 학생은 할머니와 함께 살면서 효심이 깊고 사회분야, 특히 정치에 관심이 많은 학생입니다. 지난 총선에서는 특정 정당을 아주 많이 지지하기도 했지요.

 

온라인 개학 후 어느 날, 쌍방향 학습이 아닌 일방향, 과제형 학습이 지루했었는지 담임인 제 귀에 들려온 이야기는 “시시하다” 라는 말이었습니다. 온라인 학습이 시시하다? 특수학교 특성 상 다소 느리더라도 천천히 하나씩 제대로 알고 가자는 의미에서 저의 전공을 살려 ‘사회과 학습강화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4.15총선 즈음, 정치와 아울러 자신이 살고있는 음성군과 충청북도에 대한 위치 정보, 문화, 생활에 대해 알 수 있는 과제를 내주고 오전과 오후에 한차례 전화로 형성 평가를 진행했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았습니다. 자신들이 문제를 맞혔을 때는 기뻐하는 함성이 전화기 너머로 크게 들려 왔습니다. 색칠하면서 알아보는 지리-지도 과제는 재미있게 받아들였고, 주변 학생들과도 함께 연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인영아! 부산은 네가 살고 있는 곳에서 어느 쪽에 위치해 있을까?” 

 

너무나 쉬운 문제지만 지적장애 특성상 망설임이 전해져옵니다. . . 

 

“자~ 그럼, 인영이가 따스한 봄날에 여자 친구와 주말을 맞이해서 부산으로 놀러 갔어! 그런데 부산은 네가 살고 있는 곳보다 어느 쪽에 있지? 더 추울까? 더 더울까? 생각해보는 거야. 여행가는 곳을 네가 먼저 알고 그 곳의 특성이나 맛집, 날씨에 맞는 여자친구의 옷차림 등을 챙기면 여자친구는 좋아하지 않을까?” 

 

여자 친구와 어디를 간다는 상상만으로도 동기부여는 충분했고 학습은 효과적으로 진행됐습니다.

 

“영민아! 충북은 바다가 없는 내륙지방이잖아? 충북에 있는 커다란 호수 두 개는 무엇일까? 영민이가 꽃피는 봄날에 여자친구와 놀러 가면 좋을 곳이지! 바다만큼 넓은 호수가 충주-제천 쪽에 하나 있고 청주 쪽에 하나 있는데 뭘까? 지도를 잘 보면 답이 보일지도 모르지.”

 

역시나 40대 고등학생이지만, 이성친구 이야기와 상상으로 학습은 누구보다 열심입니다. 손발 사용이 어려워 입으로 스틱을 조작해 전동휠체어로 이동하는 만큼, 입으로 색연필을 들고 지도를 색칠합니다. 그리고 주변에 물어보며 열심히 학습합니다

 

4월부터 시작된 사회과-지리학습은 음성군-충청북도-충청도-남한-대한민국-동북아시아를 넘어 아시아로 확대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비록 온라인으로 만나지만, 주요 도시의 활기찬 모습과 문화유적을 동영상이나 사진 자료로 보는 것 만으로도 가정에서의 답답함을 조금은 해소 시켜주는 듯 합니다. 

 

온라인 학습은 하루에 두 번, 전화로 형성평가를 하는데 이 시간을 교직원 교육 등으로 지나칠 때면 퇴근 때 어김없이 전화가 옵니다

 

“선생님, 왜~ 전화 안 했어요?”
“안 했어요가 아니고 뭐지?”
“아. . . 맞다! 왜 안 하셨어요?“

 

코로나19가 낳은 온라인 학습이지만, 이곳 특수학교에서도 공감대 형성과 긍정의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효율적으로 진행됐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온라인개학을 넘어 오프라인 개학을 맞이했습니다. 이제는 코로나19를 넘어 건강한 교실, 건강한 우리 대한민국이 되기를 바랍니다.